• 완성차 제조사들의 모빌리티 도전기
    어쩌다보니 알게 되는 것들.../모빌리티 2026. 7. 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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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차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카셰어링을 하면 어떻게 될까?" 2017년, 이 질문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직접 답을 내놓았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잘 안 됐습니다. 쏘카와 그린카가 양분한 시장에서 완성차 공룡들은 조용히 짐을 쌌죠. 그런데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패한 줄 알았던 그 도전이 형태를 바꿔 살아남았고, 2026년 현재 현대차는 다시 한번 렌터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차를 파는 회사'가 '이동을 파는 회사'가 되려 했던, 완성차 제조사들의 모빌리티 도전기를 따라가 봅니다.


    1막. 2017년, 야심 찬 출사표 — 위블과 딜카

    2017년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처음으로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든 해였습니다.

    기아 '위블(WiBLE)' — 기아는 'Widely Accessible(언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이라는 뜻의 모빌리티 전용 브랜드 위블을 만들고, 첫 프로젝트로 '주거형 카셰어링'을 선보였습니다. 카셰어링 차량을 아파트 주차장에 배치해서, 주민이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오면 바로 차를 쓸 수 있게 한 거죠.

    현대 '딜카(Dealcar)' — 현대차는 현대캐피탈과 손잡고 '찾아가는 카셰어링' 딜카를 내놨습니다. 콘셉트가 독특했습니다. 차량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전국 중소 렌터카 업체의 차를 플랫폼에 올리고, 고객이 원하는 장소까지 차를 탁송해 주는 방식이었죠. 지금의 투루카와 쏘카 부름 서비스를 합쳐 놓은 듯한, 시대를 앞서간 모델이었습니다.

     

    2막. 왜 안 됐을까

    의욕은 넘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첫째, 선발주자의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딜카의 핵심 차별점이었던 '차를 갖다주는 서비스'는 출시 직전 쏘카가 '부름' 서비스로 먼저 선점해 버렸습니다. 둘째, 비용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모든 차량을 탁송하다 보니 원가가 높아졌는데, 카셰어링의 주 고객층은 가격에 가장 민감한 20대였죠. 셋째, 근본적으로 본업과의 긴장 관계가 있었습니다. 차를 잘 빌려주는 데 성공할수록 차가 안 팔리는, 제조사 입장에선 묘한 딜레마였던 겁니다. 결국 딜카는 2021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위블의 국내 주거형 카셰어링도 조용히 막을 내렸습니다.

     

    3막. 남의 일이 아니었다 — 글로벌 완성차도 줄줄이 철수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현대·기아만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 벤츠와 BMW는 각자의 카셰어링(카투고, 드라이브나우)을 합쳐 만든 글로벌 합작사 '쉐어나우(Share Now)'를 2022년 7월 스텔란티스에 매각하며 손을 뗐습니다.
    • 볼보는 스웨덴에서 운영하던 카셰어링 '볼보 온 디맨드'를 부진한 실적 끝에 종료했습니다.

    차를 만드는 것과 이동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는 것을,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수업료를 내고 배운 셈입니다.

     

    4막.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 구독 서비스와 데이터

    흥미로운 건, 실적이 저조한데도 현대·기아가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대 셀렉션 / 기아 플렉스 — 2019년 나란히 출시된 월 구독형 차량 서비스입니다. 매달 구독료를 내면 차종을 바꿔가며 탈 수 있는 개념이죠. 다만, 출시 6년 차 기준 앱 다운로드가 현대 셀렉션 5만여 건, 기아 플렉스 1만여 건으로, 쏘카(500만여 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접지 않고 오히려 해외로 확장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이를 "데이터 확보 채널이자 PBV(목적기반차량) 시대를 대비한 '예열 과정'"으로 분석합니다. 신차를 팔면 고객의 운행 데이터를 받기 어렵지만, 구독 서비스에서는 차량 위치 정보 등의 수집 동의를 받을 수 있고, 구독형 비즈니스의 운영 노하우도 미리 쌓을 수 있다는 거죠. 회사의 공식 설명은 "소비자 니즈 충족"이라는 담백한 것이지만, 업계의 이런 해석대로라면 이들에게 구독 서비스는 수익 사업이라기보다 살아있는 실험실인 셈입니다.

     

    5막. 조용한 성공 — 셔클과 기아 비즈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반전이 있습니다. B2C에서 쓴맛을 본 현대차그룹이 B2B·B2G로 방향을 틀자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셔클(Shucle) — 현대차·기아가 만든 수요응답형 교통(DRT) 플랫폼입니다. 정해진 노선을 도는 버스와 달리, 승객이 앱으로 호출하면 실시간으로 최적 경로를 짜서 비슷한 방향의 승객을 함께 태우고 움직입니다. 경기도의 '똑버스'를 비롯해 전국 71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고, 가입자 130만 명, 누적 탑승객 1,367만 명(2025년 11월 기준)을 넘겼습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신도시와 농어촌의 발이 되어준 것은 물론, 헝가리 소도시에서 해외 실증까지 마치며 수출길도 열고 있습니다. 소비자 브랜드가 아니라 지자체에 플랫폼을 공급하는 모델이라 눈에 잘 안 띄었을 뿐, 완성차 모빌리티 도전기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을 만합니다.

    기아 비즈(구 위블 비즈) — 죽은 줄 알았던 위블도 부활했습니다. 기업·지자체용 업무 차량 공유 서비스로 재편해, 평일 업무시간에는 법인 차량으로 쓰고 저녁과 주말에는 일반 시민이 빌려 쓰는 모델을 만들었죠. 차량은 전부 현대·기아의 전기차로 구성되어 있고, 2025년 8월 브랜드명을 '기아 비즈'로 바꿔 달았습니다. 광명시청 같은 지자체 사례처럼 공용차의 유휴 시간을 시민과 나누는, 꽤 영리한 구조입니다.

     

    6막. 2026년, 다시 렌터카의 문 앞에서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2026년 1월, 렌터카 1위 롯데렌탈을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인수하려던 계획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무산됐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죠. 현대차가 렌터카 사업 진출을 위해 롯데렌탈 측과 접촉했다는 소식입니다.

    카셰어링에서는 물러났던 현대차가 이번엔 40만 대 규모의 렌터카 시장을 정조준하는 모양새입니다. 신차 판매가 정체된 시대에 '만들어서 팔고 끝'이 아니라 '만들고, 빌려주고, 중고차로 되팔기'까지 차량의 전 생애를 장악하겠다는 그림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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