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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5만 명짜리 서비스를 6년째 접지 않는 이유 — 현대·기아 구독 서비스와 PBV의 연결고리어쩌다보니 알게 되는 것들.../모빌리티 2026. 7. 7. 20:52반응형
팩트 1. 성적표는 초라한데, 사업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먼저 '저조한 실적'부터 확인해 봅시다. 현대 셀렉션과 기아 플렉스는 2019년 나란히 출시된 월 구독형 차량 서비스입니다. 출시 6년 차인 2025년 초 기준 앱 다운로드는 현대 셀렉션 5만여 건, 기아 플렉스 1만여 건. 쏘카(500만여 건)와 비교하면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가입자 수로 봐도 현대 셀렉션이 2020년 약 1만 명에서 2023년 3만 2천 명, 기아 플렉스는 9천여 명에서 1만 8천 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보통 기업이라면 접었을 성적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접기는커녕 확장하고 있거든요. 기아는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기아 플렉스를 론칭했고, 현대차 미국 법인은 전기차 구독 서비스 '이볼브 플러스'를 별도로 출시했습니다. 국내에서 안 되는 사업을 해외로 넓힌다? 단순히 '구독료 수익'이 목적이라면 설명이 안 되는 행보입니다. 다른 계산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첫 번째 정황입니다.
팩트 2. 데이터는 구독으로만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근거는 구조적인 겁니다. 자동차 회사에게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고객이 차를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신차를 판매하는 순간 차는 고객의 소유물이 됩니다. 제조사가 구매 고객에게 "운행 정보 좀 주세요"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죠.
반면 구독 서비스는 다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구독 앱 가입 시 생년월일, 성별, 차량 위치 정보 등 일부 개인정보에 대한 필수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차량의 소유권이 회사에 있으니 가능한 구조입니다. 즉, 구독은 제조사가 합법적으로 고객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는 겁니다. 이 지점이 "구독 서비스 = 데이터 수집 채널"이라는 분석의 가장 단단한 근거입니다.
팩트 3. 업계는 이걸 'PBV 예열 과정'이라 부른다
세 번째는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구독 서비스를 "PBV 상용화에 앞선 '예열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모빌리티로 전환되면,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구독과 공유 서비스가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것이다. 테슬라가 OTA 업데이트를 구독으로 파는 것처럼, PBV 시대의 사업 모델도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차량+소프트웨어+서비스를 구독시키는 것'이 기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자동차 구독'이라는 개념 자체에 익숙해져야 하고, 회사도 구독 사업의 운영 노하우(요금 설계, 차량 관리, 고객 응대)를 미리 쌓아야 한다. 지금의 현대 셀렉션·기아 플렉스는 그 거부감을 줄이고 근육을 기르는 연습 경기라는 겁니다.
팩트 4. 기아의 PBV 전략 자체가 '데이터 사업'이다
마지막 근거는 기아의 공식 PBV 전략에서 나옵니다. 기아는 2020년 중장기 전략 '플랜S'에서 단순 제조사가 아닌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PBV를 그 핵심 사업으로 지목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기아가 그리는 PBV의 모습입니다. 기아는 PBV를 차량 자체가 아니라 FMS(Fleet Management System, 차량 관제 시스템)와 데이터 API가 결합된 통합 솔루션으로 정의합니다. PBV 운영 중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차량 관리, 원격 진단, 비즈니스 운영까지 지원하겠다는 거죠. 다시 말해 기아 스스로 "PBV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라고 못 박고 있는 겁니다. 구독 서비스에서 '차량을 빌려주고 데이터를 다루는' 경험을 쌓는 것이 이 그림과 정확히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이제 정직하게 선을 그어 보겠습니다.
확인된 사실: ① 구독 서비스는 실적이 부진한데도 6년 넘게 유지되고 오히려 해외로 확장 중이다. ② 구독 앱은 차량 위치 정보 등 데이터 수집에 필수 동의를 받으며, 이는 신차 판매로는 얻기 힘든 데이터다. ③ 기아의 공식 PBV 전략은 데이터 기반 솔루션 사업이며, PBV 시대의 수익 모델로 구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석(분석)의 영역: 이 조각들을 이어 "구독 서비스의 진짜 목적은 PBV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예행연습"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언론과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정작 현대차·기아의 공식 입장은 훨씬 담백합니다. "구독의 핵심 목적은 렌트·리스보다 경제적으로 차를 이용하거나, 구매 전에 차를 경험해 보려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며, 모빌리티 역량을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는 원론적 설명이죠. 기업이 전략의 속내를 공식 석상에서 다 밝히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쨌든 "데이터 모아서 PBV 만들겠다"고 회사가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독 서비스는 PBV 시대를 위한 실험실"이라는 명제는 회사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부진에도 유지되는 사업·데이터 동의 구조·PBV 전략과의 정합성이라는 정황 증거 위에 세워진 업계의 합리적 추론입니다. 저는 이 추론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보지만, 독자 여러분은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한 문장의 근거를 파고들었을 뿐인데, 자동차 회사가 왜 돈 안 되는 사업을 붙들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차가 '파는 물건'에서 '구독하는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는 큰 그림까지 닿았습니다. 다음에 어떤 브랜드가 구독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이제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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