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사 크래프톤은 왜 쏘카에 1,400억을 걸었을까 — '지분'과 '투자' 두 단계로 읽는 에이펙스 모빌리티 딜
    어쩌다보니 알게 되는 것들.../회사 2026. 7. 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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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사 크래프톤과 카셰어링 업체 쏘카.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회사가 손을 잡았다. "게임사가 왜 카셰어링에 돈을 넣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지만, 공시를 뜯어보면 총 1,400억 원이 움직이는, 꽤 정교하게 설계된 거래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딜은 두 단계로 나눠서 봐야 전체 그림이 보인다. 첫 번째는 크래프톤이 쏘카 본체의 주주로 들어온 '지분' 단계, 두 번째는 그 돈이 자율주행 합작법인 '에이펙스 모빌리티'로 흘러 들어가는 '투자' 단계다. 하나씩 살펴보자.

     

    1단계 — 지분: 650억으로 쏘카 3대 주주가 된 크래프톤

    출발점은 지난 4월 30일 결의된 제3자배정 유상증자다. 쏘카가 새로 발행한 주식을 크래프톤이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크래프톤은 쏘카 보통주 509만 8,040주를 주당 1만 2,750원, 총 650억 원에 사들였다. 대금 납입은 5월 18일 완료됐다.

     이 증자로 크래프톤은 쏘카 지분 13.44%를 확보하며 단숨에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반대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희석됐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5.91%에서 39.74%로, 2대 주주인 롯데렌탈은 25.70%에서 22.25%로 낮아졌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지배구조 효과다.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를 불허하면서, 2대 주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였다. 이런 시점에 크래프톤이 3대 주주로 합류했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 지분이 사실상 최대주주 측의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두 회사가 경영진과 이사회 차원의 인적 교류를 이어온 사이라는 점에서인데,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크래프톤 지분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산하면 발행주식총수의 53.18%를 넘어선다. 과반이 안정적으로 확보됐다.

     주가 측면의 계산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쏘카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법인은 약 35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고 있어,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30%가량 뛰었다. 담보 구조 유지 차원에서도 경영진에게 주가 부양 유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하나. 이 650억 원은 쏘카 금고에 머무는 돈이 아니다. 전액 자율주행 신설 법인 에이펙스 모빌리티에 출자하기로 예정돼 있다. 즉 1단계 지분 거래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2단계 투자로 이어지는 통로다.


    2단계 — 투자: 에이펙스 모빌리티로 모이는 1,400억

     에이펙스 모빌리티는 쏘카와 크래프톤이 협력해 세운 자율주행 전문 법인이다. 5월 4일 설립 등기를 마쳤고, 박재욱 쏘카 대표가 대표이사를 겸임한다. 장혁 쏘카 미래이동 TF장도 사내이사로 참여하며, 본점은 쏘카 서울사무소와 같은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목표 자본금은 1,500억 원 규모다.

     자본금이 채워지는 구조는 이렇다. 먼저 쏘카가 유상증자로 조달한 650억 원을 그대로 출자한다. 여기에 크래프톤이 에이펙스 모빌리티의 유상증자에 별도로 참여해 보통주 7만 5,000주를 주당 100만 원, 총 750억 원에 인수한다. 납입일은 6월 30일로 예정됐다.

     크래프톤 입장에서 정리하면, 쏘카를 거쳐 들어가는 650억 원에 직접 투자하는 750억 원을 더해 에이펙스 모빌리티로 향하는 자금이 총 1,400억 원. 시장에서 "크래프톤의 1,400억 베팅"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계산해 보면 650억 + 750억 = 1,400억. 목표 자본금 1,500억에서 100억 원이 빈다. 이 공백은 쏘카가 데이터 자산 등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 100억이 단순한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지분 구도의 핵심이다. 크래프톤이 예정대로 750억 원을 납입하면 현금 기준으로는 양사 지분이 5대 5가 된다. 하지만 쏘카는 크래프톤의 주금 납입 전에 데이터 자산 출자와 추가 투자를 집행해 크래프톤보다 보통주를 단 1주라도 더 확보하고, 이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에이펙스 모빌리티가 어디까지나 쏘카의 종속회사로 남는 구조인 셈이다.

     투입되는 750억 원은 공시상 전액 운영자금으로 분류됐다. 올해 100억 원, 2027년 250억 원, 2028년 이후 400억 원을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에 순차적으로 쓸 계획이다.

    왜 하필 쏘카였을까 — 답은 '데이터'

     크래프톤이 자율주행 파트너로 쏘카를 고른 이유는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쏘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2만 5,000대의 카셰어링 차량에 차량관제시스템(FMS)이 탑재돼 있어 주행·사고·차량관리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인다. 자율주행 AI의 성능은 실주행 데이터의 양과 질에 좌우되고, 데이터 확보 규모가 곧 기술 격차를 가른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업 로드맵도 이 데이터를 축으로 짜여 있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2 자율주행 카셰어링으로 시작해, 특정 구역에서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레벨4 라이드헤일링(앱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전환이 이뤄지면 운영 시간과 고객층이 넓어져 차량 한 대당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각자의 계산법

     크래프톤의 노림수는 '게임 밖'에 있다. 텍스트·음성 등을 함께 다루는 자체 AI 모델 '라온(Raon)'을 앞세워 비게임 영역 확장에 나선 크래프톤에게, 에이펙스 모빌리티는 피지컬 AI 연구의 발판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신설 법인이 독자적으로 AI 연구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사업을 진행하고, 크래프톤은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별도의 피지컬 AI 연구를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쏘카 본체 지분과 에이펙스 지분을 동시에 쥐는 이중 투자 구조를 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쏘카의 계산은 좀 더 절박하다.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이 정체됐고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쏘카는 본체 지분 희석을 감수하는 대신 자율주행 사업의 초기 자본 부담을 크게 덜었다. 로보택시라는 새 사업 모델을 통해 기업가치 자체를 다시 평가받겠다는 그림이다.


    정리하며

     두 단계를 겹쳐 보면 거래의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지분 단계에서 크래프톤은 650억 원으로 쏘카의 3대 주주가 되면서 최대주주 측에 우호지분이라는 안전판을 더했고, 투자 단계에서 그 650억 원은 크래프톤의 직접 투자 750억 원과 합쳐져 1,400억 원이 되어 에이펙스 모빌리티로 흘러간다. 쏘카는 데이터 자산 현물출자로 '1주 차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면서 자율주행 법인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쏘카 본업 실적이 곧바로 좋아지는 거래는 아니다. 업계에서도 이번 딜을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판을 키우는 투자로 본다. 결국 에이펙스 모빌리티가 실제 상용화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이 1,400억 원이 단순 투자금으로 남을지, 쏘카의 기업가치를 다시 쓰게 만드는 전환점이 될지가 갈릴 전망이다.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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